잡담
퇴고가 힘들긴 하다.
김문영
2022. 4. 13. 10:30
- 아. 무슨 얘기 하고 싶은지 까먹었다. 망했다. 아. 다시 생각났다.
- 퇴고를 한다는 게 상당히 힘들면서도, 재밌는 과정이다. 진짜 내가 쓴 글을 읽는다는 게 사람 초라하고 귀찮고 긴 과정이긴 하지만, 아무튼 퇴고를 하면 퀄리티가 좋아지긴 한다. 그게 참 이상한 일이다.
- 나 같은 경우 보통 글 전체를 PDF로 뽑아서, 빨간 펜으로 채점하듯이 퇴고를 한다. 이 방법이 나는 괜찮더라고. 어떤 부분들을 고쳤는지를 바로 알 수 있다는 점이 제일 좋다. 한 꼭지에 시간 쏟아가며 얽매일 필요도 없고, 뭉탱이로 몇 단락을 뛰어넘을 일도 없다.
- 그렇지만 이게 아주 귀찮은 일이라는 건 부정할 수가 없다. 본 거 또 보고, 본 거 또 보는 과정인데, 이게 쉬울 리가 없다. 그러면서도 매번 내 글을 볼 때마다 고칠 점들이 튀어나오니, 여간 머리가 아픈 게 아니다.
- 어떤 날에는 그냥 다 때려치우고 글을 보지 말까 하는 생각도 든다. 퇴고를 하면 분명 고칠 점이 생길 것이니, 차라리 아예 보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.
- 그리고 이 과정이 상당히 골치아프다. 처음엔 당연히 아무 말이나 쓴다 생각하고 썼으니 초고가 개판일 수밖에 없다. 그러다 보니 첫 퇴고, 두 번째 퇴고에서는 이걸 뭐 어떻게 고쳐야 할까 싶은 부분들도 많이 나온다.
- 심지어는 거의 A4용지 절반 분량을 한꺼번에 수정해야 할 때도 있다. 이런 경우 대부분 문단에 문맥이 이상해서, 아예 뜯어고치는 게 나은 경우이다.
- 이렇게까지 커다란 수정을 하는 건 보통 어느 정도 지나서 줄어든다. 그래도. 처음 몇 번째의 퇴고엔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.
- 그래도 하긴 해야 한다. 참 이상한 게, 하면 할수록 글의 퀄리티가 좋아진다. 물론 지금이야 퇴고 안 하고 내가 하고싶은대로 쓰고 있지만, 어디 내거나 하는 글들은 퇴고를 무조건 해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. 확실히 하면 할수록 글의 퀄리티가 좋아진다. 비문도 줄어들고, 글 자체의 짜임새도 좋아지고, 글귀 간의 연결성도 좋아지고, 나 스스로가 글에 대해 이해하는 정도도 동시에 늘어난다.
- 이걸 지금 논문 퇴고하면서 느끼고 있다. 지금 글 쓰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논문 퇴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두 배 가까이 들었다. 그런데도 가면 갈수록 퀄리티가 좋아지고 있다. 지도교수님께서도 매번 손볼 곳들을 짚어주시니, 글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.
- 지금이야 중간고사 준비한다고 다른 건 손도 못 대고 있지만, 시험 끝나면 또 글을 고칠 생각에 싱글벙글하다. 할 게 많다.
- 일단 시험 치고 논문 퇴고하고, 다른 논문 주제 잡고, 후속 논문 구상하고, 기말 공부도 같이 해야 한다. 웬만하면 신호 처리 응용해서 글 하나 써 보고 싶어서, 신호 및 시스템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하고. 공부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.
- 전공이 4개밖에 안 되는데도, 공부할 분량이 많은 것 같다. 그냥 생각해보니까 옛날이든 지금이든 공부하는 양 자체는 항상 일정했던 것 같다. 나중에도 이러고 있을 것 생각하니까 기분이 참 좋다. 와. 너무 좋다. 행복하다.